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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완독 도전기 (의식의흐름, 18장구성, 편집문제)

by mystory60503 2026. 6. 6.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나서 율리시스에 손을 댔는데, 두 작품 사이의 난이도 격차가 이렇게 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도 전혀 다른 산에 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 읽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제가 직접 첫 페이지를 펼쳐봤는데, 맥락 없이 쏟아지는 문장들 앞에서 잠시 멍해졌습니다. 율리시스가 난해하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의식의 흐름이란, 인물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논리적 순서 없이 그대로 텍스트로 옮기는 서술 방식을 말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이 기법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독자는 인물의 뇌 속에 직접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18장 침실 파트는 몰리의 독백이 42페이지에 걸쳐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이어집니다. 내면 독백(interior monologue)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법은, 인물의 잠재의식 속 언어를 구두점 없이 흘러가게 하여 독자를 의도적으로 비선형적 독서 경험으로 밀어 넣습니다. 처음엔 당혹스럽지만, 읽다 보면 이 방식이 오히려 인간의 실제 사고 흐름에 가장 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18장으로 구성된 구조, 호메로스와의 연결

율리시스

율리시스는 단순한 소설이 아닙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뼈대로 삼아 18개의 에피소드를 배치한 정교한 구조물입니다. 각 장은 오디세이아의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대응하는데, 예를 들어 1장 마텔로 탑은 텔레마코스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합니다. 텔레마코스는 20년간 전쟁에 나간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며 성장하는 인물로, 소설 속 스티븐 데달루스와 겹쳐집니다. 여기서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이란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하나의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를 의도적으로 참조하고 인용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문학적 기법입니다.

율리시스를 제대로 읽으려면 아래 배경 지식을 미리 갖춰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줄거리와 주요 등장인물
  • 아일랜드 역사와 영국과의 관계
  • 셰익스피어의 햄릿
  •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 성경의 기본 서사 구조

주인공은 두 명으로 나뉩니다. 젊은 예술가 스티븐 데달루스와 광고 외판원 레오폴드 블룸입니다. 두 사람의 하루가 1904년 6월 16일 더블린이라는 도시 안에서 교차하며 전개되는데, 이 날은 실제로 조이스가 미래의 아내 노라 바너클과 처음 데이트한 날이기도 합니다. 매년 이날이 되면 블룸이 걷던 더블린의 거리를 팬들이 함께 걷는 블룸스데이(Bloomsday) 행사가 열릴 정도로, 이 작품은 문화적 현상으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출처: 더블린 제임스 조이스 센터).

편집 문제, 이건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작품의 난해함이 아니었습니다. 책 자체의 편집이었습니다. 주석이 본문 옆에 배치된 것이 아니라 책 뒤편에 몰아서 정리되어 있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불편했습니다. 본문을 읽다가 주석이 필요한 순간 두꺼운 책을 덮고 뒤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율리시스처럼 주석 없이는 해석 자체가 어려운 작품에서 이런 편집 방식은 독자를 두 배로 지치게 만듭니다.

문단 정렬도 균일하지 않아서 읽는 내내 눈이 쉽게 피로해졌습니다. 글자 크기도 책 판형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편이고요. 작품 자체가 이미 충분히 어렵습니다. 거기에 물리적 가독성까지 독자를 방해한다면, 완독 의지를 끝까지 붙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건 번역가 김종건 선생님의 노고가 없었다면 시도조차 못 했을 책입니다. 그나마 번역 자체의 완성도가 이 작품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제임스 조이스 학회에서는 매년 독회를 진행하며 12년간 매달 4시간씩 읽어 완독을 달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 전공자들도 12년이 걸린 책이라는 사실이,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오히려 위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혼자 못 읽는 게 당연하다는 뜻이니까요.

완독에 도전하는 현실적인 방법

제 경험상 이 책은 한 번에 통독하려는 접근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배경 지식을 먼저 쌓고, 관련 논문이나 해설서를 곁에 두고 병행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조이스가 직접 설계한 18개 에피소드 구조를 담은 스키마(schema), 즉 조이스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각 장의 대응 인물과 기법을 정리한 메모가 공개되어 있는데, 이것을 참고하며 읽으면 각 장의 의도가 훨씬 명확하게 보입니다.

외설 혐의로 미국에서 출판 금지 처분을 받았던 이 작품에 대해 조이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율리시스가 읽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이 삶은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겁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도발적인 문장도 아니고, 오히려 인간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낸 책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시대가 작품을 검열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작품이 시대를 이겼습니다.

율리시스는 한 번 읽어서 완성되는 책이 아닙니다. 저도 지금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이 작품과 관계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쉽게 정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책을 오래 곁에 두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 도전할 때는 완독보다 한 장 한 장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율리시스에 도전하려는 분이라면, 먼저 젊은 예술가의 초상부터 읽고 오시길 권합니다. 그 편이 훨씬 덜 낯선 출발점이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Fu9pnRcY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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