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의 27.4%, 50대는 31.2%가 남성 갱년기를 겪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3~4명 중 한 명 꼴입니다. 남성들은 처음에 직장을 잃은 상실감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비뇨기과에서 받은 결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갱년기는 부부가 함께 겪는 부분으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이해해줘야 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배우자의 무기력함이 그저 현실에 생긴 일 때문인 줄 알았는데 갱년기 증상 중 하나라고 하니까 더 세심히 살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가진단: 이 중 몇 개나 해당되십니까?
요즘 부쩍 무기력하다는 느낌, 퇴직 후 우울감이 밀려오는 게 당연한 반응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를 측정해 보니 정상 범위를 아래라고 나오더라고요.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의 근육량 유지, 에너지 대사,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핵심 남성 호르몬입니다. 이 수치가 30대부터 매년 약 1%씩 서서히 낮아지기 때문에, 여성처럼 폐경이라는 명확한 신호 없이 슬금슬금 갱년기가 찾아오는 겁니다.
남성 갱년기 학회에서는 아래 8가지 증상 중 3가지 이상이면 갱년기를 강하게 의심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 기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 근력과 지구력이 줄었다
- 젊을 때보다 키가 줄었다 (실제 측정 시 2~3cm 감소)
- 삶의 즐거움과 의욕이 떨어진다
- 우울감 또는 불안감이 자주 찾아온다
- 저녁 식사 후 바로 졸린다
- 버스를 뛰어서 잡는 등 민첩성이 떨어진다
- 업무 능률이 예전만 못하다
이중에 저는 다섯개나 해당됐습니다. 삶의 즐거움이 안 느껴지고, 우울감에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같은 팀 젊은 동료들과 일하다 보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민첩성과 능률 모두 뚜렷하게 떨어졌습니다. 이와 별개로, 성욕 감퇴나 발기력 저하 중 하나만 있어도 갱년기로 진단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이 두 증상은 특히 남성 호르몬 결핍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습니다.
증상: 몸이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걸까요?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단순히 성 기능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닙니다. 근육 감소, 체지방 증가, 수면 장애, 정서 불안정까지 전신에 걸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처음엔 불면증과 손발 저림을 따로따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결국 이 모든 증상이 같은 뿌리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야간뇨(nocturia), 밤마다 화장실을 여러 번 가게 되는 증상도 중년 남성에게 흔히 겹쳐 나타납니다. 야간뇨란 수면 중 1회 이상 배뇨를 위해 깨어나는 상태를 말하는데, 수면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려 피로 누적과 우울감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낮에 멍하고, 멍하니 능률이 떨어지고, 능률이 떨어지니 우울해지는 사이클이 계속 돌아가는 겁니다.
아산병원의 연구에서 40세 이상 남성 1,822명을 분석한 결과, 갱년기 증상이 있는 남성 중 실제로 호르몬 보충 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이 필요한 경우는 약 10%였습니다. 여기서 호르몬 보충 요법이란 부족해진 남성 호르몬을 약물, 패치, 주사 등으로 외부에서 보충해 주는 치료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나머지 90%는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극복방법: 인공이냐 자연이냐, 선택의 기로
호르몬 치료를 바로 시작하라는 의견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자연 식이요법을 먼저 택했습니다. 호르몬 주사나 패치 같은 외인성 호르몬(exogenous hormone), 체외에서 인위적으로 투여하는 호르몬은 전립선 비대나 전립선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10%에 해당하는 분들은 반드시 전문의 진단 하에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저는 식단 조절과 함께 흑염소, 굼벵이가 혼합된 남성활력즙을 꾸준히 복용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전에 있던 무기력함과 우울감, 발기 기능 저하, 그리고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현미밥 위주로 식단을 바꾸고 수면 시간도 의식적으로 늘리려 노력했습니다. 수면 문제는 멜라토닌(melatonin) 보충도 도움이 됐습니다. 멜라토닌이란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수면 유도 호르몬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 분비량이 감소해 불면증의 원인이 됩니다.
정리하면 남성 갱년기 극복을 위해 생활 전반에서 챙겨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금주·금연으로 간 기능과 호르몬 대사 부담 줄이기
- 현미·잡곡 위주의 식단으로 혈당 스파이크 억제
- 규칙적인 근력 운동으로 테스토스테론 자연 분비 자극
- 수면 환경 개선 또는 멜라토닌 보충으로 수면의 질 회복
- 직무·생활 스트레스 관리 (코르티솔 과다 분비는 테스토스테론 억제)
세계보건기구(WHO)도 중년 이후 남성 건강 관리에서 신체 활동과 영양 균형을 1차 권고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갱년기는 병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변화의 신호입니다. 다만 그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무기력과 우울감이 일상을 잠식하게 됩니다. 저처럼 "그냥 나이 드는 거겠지" 하고 넘기다가 뒤늦게 확인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위의 8가지 항목을 하나씩 체크해 보시길 권합니다. 증상이 심하다면 주저 말고 비뇨기과나 가정의학과를 찾으세요. 생활 습관 교정부터 시작할지, 호르몬 치료까지 필요한지는 그다음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