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동하면 살이 빠진다는 말을 믿고 실내자전거 1시간 과 걷기 1시간 아주 열심히 운동했지만 1g도 빠지지 않아 절망했습니다. 겨울 동안 3~4킬로가 훅 찌고 나서, 아침에 출근길에 버스 5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서 출근하고 저녁에는 실내자전거를 1시간씩 했는데도 체중계 숫자는 꿈쩍도 안 했습니다. 식탐이 생겨서 그런지 몸무게는 계속 조금씩 더 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혹시 내 몸 자체가 살이 빠질 수 없는 상태가 된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에스트로겐 감소가 만든 염증의 악순환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를 찾다 보니 결국 에스트로겐(estrogen)의 감소입니다. 에스트로겐이란 여성의 생리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훨씬 넓은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 몸속의 천연 소염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이 호르몬이 줄어들면,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몸속에서 만성 염증이 은근히 쌓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단순히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다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관절, 어깨, 허리가 이유 없이 여기저기 쑤시고, 저당 제품을 먹고 나서 치아나 턱 끝뼈 쪽이 찌릿한 느낌이 드는 것도 알고 보면 만성 염증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몸이 이미 염증 상태에 있으면 자극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염증이 쌓이면 다른 문제가 연쇄적으로 생깁니다. 바로 갑상선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대사 둔화입니다. 갑상선 호르몬(thyroid hormone)이란 우리 몸이 에너지를 태우는 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입니다. 검사 수치는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염증이 많은 환경에서는 이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을 못 해서 에너지 소비 스위치가 꺼진 상태가 됩니다. 운동을 해도, 식단을 줄여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굶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강행하면 어떻게 될까요. 몸은 비상 상태로 인식하고 코티솔(cortisol)을 대량으로 분비합니다. 코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대신 지방은 오히려 더 쌓으려 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계속 악순환에 빠지고 체중계 숫자보다 몸 상태가 먼저 무너집니다. 당뇨가 있는 분들은 체중 증가가 혈당 조절에도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더 빠르게 끊어야 합니다.
에스트로겐 감소 이후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절과 근육 전반의 만성 통증 증가
- 지방 축적 위치가 허벅지·엉덩이에서 복부 내장 지방으로 이동
- 갑상선 기능 저하로 인한 기초대사량(BMR) 감소
- 코티솔 상승으로 인한 근손실 및 지방 저장 모드 고착화
국내 갱년기 여성 관련 연구에서도 폐경 전후 내장 지방 면적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폐경학회).
내장지방과 통증, 같이 잡는 식단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칼로리 줄이기에만 집중했습니다. 하루 한 끼 배부르게 먹고 유산소 운동 1시간을 꾸준히 하면 천천히 빠지긴 했지만, 뱃살은 도통 줄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깨달은 건,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대사가 다시 작동할 수 있는 몸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바꾼 건 단백질 섭취량인데 하루 최소 100g의 단백질을 챙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냉동 닭다리살을 주문해서 첫 끼에 에어프라이어로 구워 먹는 방법이 가장 실천하기 편했습니다. 단백질을 충분히 채우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아서 오전 내내 식욕이 잡히고, 점심에 과식하는 패턴도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기초대사량(BMR, Basal Metabolic Rate)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우리 몸이 소비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량입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오래 유지하면 이 수치가 떨어지고, 살이 찌기 쉬운 몸이 됩니다. 저도 식후에 빵, 떡, 초코바 같은 간식을 습관적으로 먹고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운동량은 충분했는데 이 간식들이 혈당 스파이크를 반복시켜 인슐린 저항성을 키우고 있었던 겁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포도당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로, 지방 분해가 억제되어 체중 감량이 어려워집니다.
염증 유발하는 음식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들을 끊는 것도 생각보다 효과가 컸습니다. 설탕, 밀가루, 가공식품, 달달한 음료가 대표적입니다. 저당 제품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일부 저당 제품에 사용되는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고, 그것이 또 다른 염증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쓰거나,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대체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평소에도 염증 유발 음식들은 거의 안 먹고 있었고, 운동도 꾸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이 안 빠지는 상태가 이어지자 감비환을 2달간 복용했습니다. 약을 먹으면서 서서히, 부담 없이 4~5킬로가 빠졌고, 약을 끊은 지금은 요요 관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 달이 지나면서 1킬로 정도 다시 올라가기도 했지만, 단백질 식단을 유지하면서 다시 내려갔습니다. 약이 만능이라는 뜻이 아니라, 대사가 너무 오래 망가진 상태에서는 회복에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한비만학회 자료에서도 갱년기 여성의 복부 비만 관리는 단순 칼로리 제한보다 대사 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결국 갱년기 다이어트의 핵심은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살이 빠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먼저 복구하는 것입니다. 안 좋은 음식부터 끊고, 단백질을 충분히 챙기고, 무리하지 않는 규칙적인 운동을 이어가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이 순서가 틀리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입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달라지는 느낌, 그게 시작 신호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더 센 의지가 아니라 몸 상태 회복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