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까지 하루에 휴지 한 통은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살았습니다. 비염이라는 게 누워만 있으면 코와 머리가 동시에 지끈거리고, 숨은 입으로 쉬고, 재채기는 수업 중에도 터지고. 비염으로 고생해 본 사람은 어떤 답답함인지 일상이 너무 힘들다는 걸 압니다. 어디선가 보았는데 국내 비염 환자가 약 1,200만 명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저도 그 숫자 안에 들어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체질과 구조의 이중고 — 왜 우리나라에 비염 환자가 이렇게 많을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25%가 비염 환자입니다. 특히 초등학생은 40%에 달한다는 수치가 나올 정도입니다(출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게 단순히 환경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약 50%가 태음인 체질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한의학연구원). 태음인이란 간의 기운에 비해 폐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약한 체질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폐의 기운이 약하다'는 것은 폐활량 수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동양의학적 관점에서 폐가 담당하는 기능 전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의미입니다. 코를 주관하는 장기가 폐이다 보니, 태음인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비염 환자가 많다는 해석은 꽤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비염의 원인은 크게 구조적 원인과 기능적 원인으로 나뉩니다. 구조적 원인 중 하나가 비중격만곡증(鼻中隔彎曲症)입니다. 비중격이란 왼쪽 코와 오른쪽 코를 나누는 가운데 칸막이 같은 연골 구조물인데, 이게 한쪽으로 굽어있으면 공기 흐름이 불균형해져 코막힘과 염증이 반복됩니다. 저도 나중에 알고 보니 비중격만곡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데다가 알레르기 반응까지 겹쳐서 더 심하게 고생했던 거였습니다.
기능적 원인으로는 알레르기성 비염, 혈관운동성 비염, 약물성 비염, 호르몬성 비염, 감염성 비염 등이 있습니다. 혈관운동성 비염이란 온도 변화, 매연, 스트레스 같은 자극에 코 점막의 혈관이 과민 반응하면서 염증이 생기는 유형입니다. 알레르기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는데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이 유형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비염인지 아닌지 먼저 파악하고 싶다면 아래 항목들을 체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코를 자주 비비거나 킁킁거린다
- 콧물, 재채기가 있지만 발열은 없다
- 감기가 2주 이상 낫지 않는다
- 입을 벌리고 숨을 쉰다
- 잘 때 코를 곤다
- 코 아래 부위가 푸르스름하다
- 아침저녁에 기침이 많다
3개 이상이면 비염이 시작된 단계, 5개 이상이면 진행 중, 8개 이상이면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코세척과 콧물 처리 방식 - 비염 완화 방법
저는 코세척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 어떤 TV프로그램에서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방송이었는데 비염이 심한 연예인이 코 세척을 아침저녁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비염에 코세척이 좋구나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 정확한 방법도 모른 채 소금물을 대충 만들어서 코로 들이마시는 방식으로 한두 달 꾸준히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성 코막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효과가 훨씬 빨리 나타났습니다.
비강세척(鼻腔洗滌)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비강이란 코 내부의 공간 전체를 가리키는데, 여기에 쌓인 분비물과 세균, 바이러스를 물리적으로 씻어내는 것입니다. 염증을 억제하는 약을 쓰기 전에 염증의 원인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이라 약물 의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약물을 함께 쓰는 분이라면, 세척 후에 사용하면 흡수율이 올라가는 것도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코세척을 할 때 식염수 농도는 일반적으로 안내된 용량보다 약 2배 정도 진하게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자극이 강하다고 느껴지면 농도를 조절하면 됩니다. 자세는 고개를 앞으로 45도쯤 숙이고 옆으로 살짝 돌린 상태에서, 위쪽을 향한 코에 식염수를 넣으면 반대쪽 코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이때 입으로만 숨을 쉬거나 '아' 소리를 내면 식염수가 목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루 세 번이 이상적이지만, 어렵다면 잠자리 들기 전 한 번만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저녁 하다 보니 겨울에 가습기를 틀지 않아도 코 점막이 촉촉한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코막힘으로 새벽에 깨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저만의 방법도 있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목 안쪽으로 콧물을 빼주는 시술을 받고 나서, 그 느낌이 훨씬 개운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혼자서 콧물을 세게 풀어내는 대신 들이마셔서 뱉어내는 방식을 썼습니다. TV 방송에서 의사가 코의 구조상 콧물을 푸는 것보다 들이마셔서 뱉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하는 걸 보고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했더니 지금은 코막힘이 거의 없고, 감기도 몇 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합니다.
관리방법, 식단과 생활 — 코가 안정되면 다음 단계가 있다
코세척으로 비강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면, 알레르기 반응 자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가 옵니다. 먼지나 꽃가루가 조금만 들어와도 바로 반응이 오는 느낌이랄까요. 재채기가 계속 나고 코가 줄줄 흐릅니다. 이 시점이 오히려 알레르기 관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세티리진 계열의 항히스타민제, 예를 들어 지르텍 같은 약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꾸준히 억제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히스타민 물질의 작용을 차단해 재채기, 콧물, 가려움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입니다.
먹으면 비염에 좋은 음식도 있습닏. 시금치, 브로콜리 같은 녹황색 채소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도라지, 연근, 마 같은 뿌리채소는 폐 기능과 관련한 강장 식품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습니다. 작두콩은 콩카나 빌린 A라는 단백질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항염 작용이 뛰어나서 비염, 축농증(부비동염)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비동염이란 코 주변 뼛속의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로, 만성 비염이 악화되면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린 작두콩을 우려 마시는 방법은 오래된 민간요법으로 전해지는데, 제 경험상 단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꾸준한 섭취가 포인트입니다.
귀에 과산화수소수를 면봉으로 바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귀와 코가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가능한 방법인데, 유스타키오관이란 귀와 목 사이를 잇는 통로로 압력 조절과 배액 기능을 담당합니다. 비행기 탈 때 귀가 먹먹해지는 게 바로 이 관과 관련됩니다. 처음 시도하면 귀 안에서 탄산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염은 완치라는 개념보다 관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체질적 요인이 크기 때문입니다. 초반에 효과가 나타나서 증상이 좋아지니 관리를 소홀하게 됩니다. 그랬더니 금방 도로 나빠지더라고요. 비염처럼 체질적인 알레르기를 완전히 해결하는 건 사실 현재 의학 수준에서는 어렵고, 할 수 있는 건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깨달았습니다.
코세척, 콧물 처리 습관, 항알레르기 약물, 식단 관리.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놓치지 않고 꾸준히 유지했을 때 비로소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하루아침에 낫지는 않지만, 꾸준히 하면 분명히 달라집니다. 제가 그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