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되면서 저희 집도 드디어 보일러를 켰는데, 지난달 가스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보일러를 자주 돌렸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보일러 조절기 설정만 바꿔도 난방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습니다. 실제로 몇 가지 설정만 바꿨더니 따뜻함은 그대로인데 가스비는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실내 모드와 온돌 모드, 어느 쪽이 우리 집에 맞을까
보일러 조절기를 보면 대부분 '실내 모드'와 '온돌 모드' 두 가지가 있습니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작동 원리가 완전히 다릅니다.
실내 모드는 조절기에 내장된 온도 센서가 실내 공기 온도를 감지하여 보일러를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온도 센서란 조절기 내부에 있는 작은 장치로, 주변 공기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센서 근처가 따뜻하면 보일러가 꺼지고, 차가우면 다시 작동합니다. 문제는 조절기가 설치된 위치에 따라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창문 근처나 바람이 들어오는 벽면에 조절기가 있으면, 실제로는 방이 따뜻한데도 센서가 차갑게 느껴져서 보일러가 계속 돌아가게 됩니다.
온돌 모드는 바닥 아래를 도는 난방수 온도를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난방수란 보일러에서 데워진 물이 바닥 배관을 통해 순환하며 열을 전달하는 매개체를 말합니다. 공기 온도가 아니라 바닥 자체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이죠. 단열이 약하거나 외풍이 있는 오래된 주택에서는 온돌 모드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바닥을 먼저 따뜻하게 해 두면 열이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가서 실내 전체가 안정적으로 따뜻해지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은 정남향 아파트라 햇빛이 잘 들고 우풍은 거의 못 느끼는 편입니다. 그런데 보일러는 북향 뒷베란다 세탁실에 설치되어 있어서 그곳은 엄청 춥고 바람도 심합니다. 이런 경우 실내 모드를 써야 할지 온돌 모드를 써야 할지 고민이 됐는데, 실제로 외풍이 있고 없고는 거실이나 방 같은 생활공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보일러 설치 장소가 아니라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의 단열 상태를 봐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 집처럼 거실과 방에 외풍이 없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면 실내 모드가 맞습니다.
예약 모드, 제대로 알고 쓰면 난방비가 반으로
예약 모드를 두고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약 3시간'으로 설정하면 3시간 뒤에 보일러가 켜지는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예약 모드는 설정한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보일러를 켰다 끄는 기능입니다. 쉽게 말해 3시간 간격으로 보일러를 자동으로 작동시켜서 난방수가 완전히 식지 않도록 유지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하면 바닥 온도가 완전히 식지 않아서, 나중에 다시 보일러를 켤 때 처음부터 데울 필요가 없어 연료 소모가 훨씬 줄어듭니다.
저희 집은 외출할 때 적정 온도보다 3도 정도 낮추고 나갔다가 집에 오면 다시 올리는 방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외출 모드는 절대 쓰지 않습니다. 그 대신 예약 난방을 활용하는데, 한겨울에는 4시간 간격, 다른 계절에는 5~6시간 간격으로 설정하고 한 번에 30분 정도 돌립니다. 실제로 이렇게 쓰니까 집에 돌아왔을 때도 냉기 없이 금방 따뜻해지고, 가스비도 확실히 절약됩니다.
다만 제조사마다 예약 모드 작동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경동, 린나이, 귀뚜라미, 대성 같은 브랜드별로 예약 간격이나 세부 설정이 다르니, 집에 설치된 보일러 조절기 아래쪽에 있는 모델명을 확인하고 각 브랜드 고객센터로 문의하면 정확한 사용법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외출 모드와 온수 온도, 이것만 바꿔도 효과 확실
외출 모드는 생각보다 함정이 많습니다. 외출할 때마다 무조건 외출 모드를 누르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오히려 난방비를 올리는 주범입니다.
외출 모드는 집을 비울 때 보일러가 얼지 않도록 최소한의 온도(보통 8도 내외)만 유지하는 기능입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거의 가동되지 않고, 벽과 바닥이 모두 식어버립니다. 다시 돌아와서 보일러를 켜면 바닥 속 난방수를 처음부터 데워야 하기 때문에 보일러가 몇 시간씩 계속 돌아가게 됩니다. 짧은 외출이나 하루 이틀 정도 집을 비울 때는 외출 모드를 쓰지 말고, 평소보다 3~5도 정도만 낮게 설정하거나 예약 모드를 함께 돌려두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외출 모드는 며칠 이상 장기 여행 갈 때만 쓰는 기능입니다.
온수 온도 설정도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조절기에는 저·중·고 또는 숫자로 온수 온도를 조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뜨거운 물이 잘 안 나올까 봐 항상 고온으로 맞춰두는데, 이건 연료를 절반은 허공에 버리는 꼴입니다. 온수를 55~60도로 맞춰두면 너무 뜨거워서 결국 찬물을 섞게 되거든요. 보일러는 필요 이상으로 가스를 태워 물을 끓이고, 우리는 그걸 다시 찬물로 식혀 쓰는 겁니다.
겨울철에는 42도, 봄가을에는 38도 정도면 충분하고, 여름에는 35도 정도로 맞춰도 샤워나 설거지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조절기에 저·중·고만 있다면 중으로 맞춰두면 됩니다. 손을 대봤을 때 뜨겁지만 끓는 듯하지 않은 수준이면 가장 효율적인 온도입니다.
추가로 창문 단열도 신경 써야 합니다. 집안의 열 손실 중 약 40%가 창문을 통해 빠져나간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에너지관리공단). 창문에 뽁뽁이나 단열 시트를 붙이면 실내 온도가 2~3도 정도 높아지고, 가습기를 함께 사용하면 같은 온도에서도 체감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갑니다. 습도 40~60%만 유지해도 훨씬 따뜻하게 느껴지니까, 보일러 설정과 함께 이런 부분도 챙기면 난방비를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실내 모드와 온돌 모드 중 우리 집에 맞는 것을 선택하고, 예약 모드를 제대로 활용하며, 외출 모드는 장기 여행 때만 쓰고, 온수 온도는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것. 이 네 가지만 바꿔도 난방비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저도 이번 겨울에 이렇게 설정을 바꾸고 나서 가스비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보일러 조절기 버튼 몇 개만 제대로 눌러도 따뜻함은 그대로인데 지갑은 한결 가벼워집니다.